전쟁 영화는 무지막지한 총성과 포탄으로 뒤범벅된 전장 상황을 고스란히 느껴보기 위해서 보게 되지요.
그간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고픈 마음이랄까요.
1917은 많은 전투씬보다는 적의 위치와 동태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장소를 총한자루로 통과해야 하는 인간한계 극복 프로그램입니다.
한치의 소리와 부스럭임도 용납치 않는 정적 속에서 목숨을 보전하면서 극비사항을 전달해야 하는 그런 공포의 연속상황인 것이죠.
수많은 2차대전과 베트남전쟁 영화는 많았지만 이번은 1차대전을 배경으로 다소 원시적인 복장과 무기로만 사냥을 나가는 고독한 헌터의 스릴감을 잘 표현했습니다.
1. 넓은 화면과 최고의 음향으로 봐야 제맛
1917이 첫 개봉한 날 첫 조조로 IMAX 관에서 보게 되었네요.
본래 전쟁 영화는 남자라면 누구나 다들 흥미가 있을 겁니다.
워낙 요즘같이 밖을 돌아다니는 게 무서운 상황에서 굳이 사람이 북적거리는 폐쇄된 장소인 영화관을 찾는다는 게 좀 부담은 되더라고요.
★ 개봉일 첫 조조 IMAX관. 너무나 조용하고 기대가 되네요.
하지만, 꼭 보고 싶은 건 어쨌든 봐야만 합니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니까요.
용산의 IMAX 관을 오랜만에 나들이했는데, 이른 아침 일찍 와서 그런지 한산합니다.
6백 개 이상의 좌석들과 의자는 편안하고 스크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게 참 좋네요.
음향효과도 월등합니다. 단지 조조인데 13,000원 합니다.
맛을 보니 앞으로 자주 이용해야겠네요.
2. 기생충에 오스카상을 뺏겼지만 10개 후보의 저력
오스카의 역사적 광풍이 휘몰아쳐서인지 같이 경쟁했으나 기생충에 양보를 많이 했던 1917.
하지만 후보로는 10개 부분이나 오른 저력은 그만큼 괜찮은 영화라는 얘기이죠.
영국 감독 샘 멘데스는 아메리칸 뷰티, 007 영화들을 만들었고요.
많이 접했던 배우인 콜린 퍼스와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등장해서 반갑네요.
두 병사 주인공이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아수라장에서 장군의 취소 명령을 전달하라는 임무를 받죠.
당시 통신망이 없었나 보네요?
아니면 다 파괴된 걸로는 나오는데, 굳이 힘들게 비둘기마냥 전령처럼 배달을 가야 한다니 효율성이 떨어지네요.
그들의 투혼이 발휘됩니다.
3. 희한한 롱테이크 촬영기술에 현장감 최고
이 영화는 카메라를 중간에 끊지 않고 계속 연결되도록 촬영했다고 하지요.
실제로 두 병사의 뒤를 계속 쫓으면서 일어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2020 오스카상 10개 후보에 빛나는 1917 영화 - 전단지 앞면입니다.
간혹 핸드헬드기법으로 찍은 기존의 영화들이 있는데 워낙 흔들려서 어지러웠는데 이건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갑툭튀처럼 터지는 폭발음에 깜놀하기도 하고요.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몰라서 낮은 자세로 수색해 나가는 상황이 상당히 긴장감으로 쫄게 만듭니다.
진흙 속과 흙탕물을 거침없이 뒹구는 연기가 실로 존경스럽고요.
아쉽게도 화끈한 양측 군과의 전투씬은 많지가 않습니다.
주인공 1인의 연기력에만 기대서 조금은 아쉽네요.
4. 단순한 이야기 속, 살신성신의 자세 두 병사
좁은 참호 속을 이리저리 찾으러 돌아다니는 장면이 영화의 반 이상입니다.
뇌리에 참호만 남았죠.
한 번에 끊김 없이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서로 잘 주고받는지 정말 신기하네요.
하긴 연극도 몇 시간을 주저리 떠드는데 어떻게 다 외우는 걸까요?
같이 수색했던 동료의 어이없는 중간 퇴장이 좀 작위적인 것 같네요.
바로 우군들이 옆에 있었는데 말이죠.
주인공 영국 배우 조지 맥케이는 처음 보는데 캐릭터에 최적인 인상과 모습을 지녔습니다.
당시 영국군 철모가 턱 끈도 없이 비행접시 모양이라 방호가 제대로 될까 의심스럽네요.
명령에 죽고 사는 스코필드 일병의 외로운 사투에 훈장을 줘야 합니다.
★ 실제 전쟁터에 던져진 듯한 스릴과 공포감을 느껴본 1917 - 전단지 뒷면
5. 큰 감동은 없지만, 전장의 스릴감, 긴박감을 느끼기엔 충분
스토리는 너무나도 간단해서 수많은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의 타 영화처럼 신경 쓰지 않고 화면에만 집중하니 좋습니다.
곳곳에 널브러진 전사자들의 모습들이 흠칫 놀라웠고 전장의 현황을 세세히 구사한 철조망, 포탄의 탄피들, 무너진 건물들은 눈을 호강 시켜 줍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평원에서 포탄을 피해 달리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죠.
저러다 분명 비운의 운명을 맞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죠.
★ 두 주인공 스코필드와 블레이크. 저 건물은 뭔가 수상한데 ! (사진=네이버영화)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엄마의 글씨는 전쟁터에 보낸 부모의 마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음악도 괜찮다고 했는데 화면에 푹 빠져 몰입하다 보니 멜로디는 생각이 잘 안 나네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은 1917은 명성 그대로 IMAX 관에서 꼭 관람해서 전쟁터에 던져진 병사를 직접 체험해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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