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하는 인생

나이들어 하는 독서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 (나이듦의 즐거움 - 김경집)

by ★1 2020. 2. 12.
반응형

인문학자 김경집 님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산문의 형태로 에세이를 엮었습니다. 

일상에 대한 사색적 만남들을 그만의 언어로 동료 학자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써서 보낸 것들을 묶었습니다. 



그중에서 독서에 관한 기분 좋은 문구들을 바라보니 행복한 마음이 떠올라서 발췌해 보았네요.


1. 여행은 사고와 영혼의 전환


책에 푹 빠져 살 때에는 정말 이것만 있으면 세상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길게 꾸준히 오랫동안 느긋하게 해본 것들이 그야말로 많이 없는지라, 이 또한 싫증이 조금씩 올라오는데요. 


나이듦의 즐거움♣ 나이듦의 즐거움 - 김경집 저


그렇게 집안의 답답함을 털고자 근처 공원을 산책을 하다가 전국 여행을 주말마다 1박 2일로 하더니 급기야 1년에 서너 번씩 해외여행의 맛을 느끼게 되더군요. 

새로 시작하는 일에는 그 느낌이 참 황홀한데요. 


여행에는 그런데 딱 세 가지가 맞아야 합니다. 

돈, 시간, 건강입니다. 

이거 살면서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요? 


앉아서 하는 여행인 독서를, 서서 하는 독서인 여행 으로 바뀌니 이것도 꽤 재미가 있습니다.



2. 여러 장르의 책을 충동구매


한참 책을 볼 때는 인터넷 도서구입사이트에서 그야말로 내키는 족족 구입을 했지요. 

그야말로 충동구매입니다. 

깨끗하고 새 종이 냄새가 흠뻑나는 택배 배송을 뜯을 때면 그렇게 가슴이 뿌듯할 수 없죠.


그런데 이걸 다 언제 볼까 하는 불안감은 있습니다. 

그저 책장에 쫙 꽂고 바라만 봐도 배가 불렀지요. 

최고의 만찬은 서둘러서 폭식하지 않는다고 하지요. 


그 새 책들을 조금씩 꺼내서 살짝씩 음미하며 맛을 보니 이 또한 꿀맛입니다. 

나중에는 다 몇 페이지밖에 본 흔적들만 있겠지만 말이죠. 

충동구매. 장점, 단점이 꼭 있네요.


여행♣ 서서하는 독서는 여행입니다.


3. 독서삼여


저자의 책 읽는 데에 존재하는 세 가지 여유시간인데요. 

바로 한겨울, 깊은 밤, 오래 내리는 궂은 비입니다. 

이 세 가지가 다 들어 있는 그런 상태는 가히 금상첨화. 


바깥에 흰 눈이 펑펑 수북이 쌓일 때 읽는 책, 게다가 너무나 고요하고 조용한 깜깜한 깊은 밤, 추적추적 눈물을 흘리듯이 조용히 내리는 봄비, 가을비, 겨울비의 낭만은 정말 인간으로 태어나기 잘했다는 느낌이 확 올라옵니다.


4. 짬짬이 짤라 읽기


책은 무조건 첫 장 머리말부터 샅샅이 차례대로 읽어야만 한다는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래야 공부를 잘하고 더 많이 한다고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실용 책들은 그렇게 하기가 어렵습니다. 


눈♣ 눈오는날 좋은 책 한잔하세요.


수백 페이지, 심지어 천 페이지가 넘어가면 통독을 하기가 실로 힘듭니다. 

벽장 속 베개입니다. 벽돌이기도 하고요. 

생각만 바꾸면 됩니다. 


책에서 딱 한 줄이라도 나에게 감동과 느낌을 준다면 그것도 좋은 것입니다. 

통독을 하고서도 머릿속에 뭐가 남은 게 없을 때가 많지요. 

한 번에 길게 끌고 가는 독서보다 필요 부분만 발췌해 읽는 것도 여간 재미난 게 아닙니다.



5. 살 때의 흥분과 기쁨을 뒤로하고


처음 구입을 하고서는 이 책을 밤을 새워서 다 읽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지요. 

하지만 어느 틈엔 가는 책장 한쪽에 무관심하게 꽂혀서 주인이 읽어주기만을 넌지시 기다립니다. 그렇게 먼지가 쌓이고 책이 휘어지고 누렇게 변하기도 합니다. 


애처로움이 불현듯 밀려오지요. 

샀을 때의 그 모양 그대로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책은 다 읽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독서♣ 앉아서 하는 여행은 독서랍니다.


10권을 샀으면 그중 두, 세 권만 보아도 성공한 거지요. 

책은 우리의 사고와 생각을 위한 단서를 제공하는 도구 인 것입니다. 

너무 많은 활자 중독도 위험하겠지만, 읽고 싶은 핵심만 캐치해도 성공한 독서입니다.


(사진=unsplash)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