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으로 오스카상 4관왕을 달성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다시금 확인해보고자 그의 작품 마더를 보게 되네요.
어찌 들으면 머더(MURDER)처럼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 머더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은 영화입니다.
좀 모자란 아들을 위해 엄마가 머더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스토리로 말이죠.
봉준호식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 범죄물이라기보다는 잔잔한 드라마라고 할 만한 스타일입니다.
결코, 졸음을 유발하지는 않고 서서히 조여드는 긴장감은 괜찮네요.
김혜자의 호연이 잔뜩 빛을 발하고 송새벽의 어설프고 코믹한 분위기의 경찰연기도 꽤나 인상적입니다.
1. 오프닝에서 기괴한 춤으로 시작하는 도준 엄니
시작하자마자 드넓은 갈대밭 같은 황량한 속에 서 있는 원빈 엄마 김혜자.
약간 정신이 나간 건지 괴상한 형태의 춤을 춰대는데요.
신들린 건지 미친 건지 그 몸동작이 평이해 보이지는 않죠.
◈ 정신이 나간듯 몽롱한 눈으로 춤을 춰대는 도준엄마(김혜자)
많이 어색한 춤. 그렇게 오프닝을 대사 없이 표정과 몸동작으로 시작합니다.
이 장면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그대로 연결되는 장면이라서 특히 인상이 깊어지는데요.
괴물, 살인의 추억으로 기억되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
2009년에 개봉한 스릴러 영화지요.
포스터만 봐서는 눈물을 자극하는 모자지간의 절절한 내용이라고 감히 착각을 하게 됩니다.
2. 엄마의 따듯함을 생각했으면 큰 오해
마치 조승우의 말아톤처럼 우리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줄 것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늦게나마 봉감독의 작품 중 못 본 것을 넷플릭스를 통해서 보게 되었죠.
오스카상에 빛나는 감독의 이전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죠.
엄마가 구해줄게라는 포스터의 문구대로 정말 엄마가 대활약을 합니다.
마치 김혜자의 원맨쇼를 보는 듯하지요.
그만큼 그녀의 연기가 나이가 들수록 물이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조금은 모자란 아들에게 약을 먹이는 엄마의 지극정성.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그녀의 아프리카 난민 돕기 책도 생각이 나네요.
한국 엄마 연기의 대명사인 도준 엄마의 범인을 잡으려는 사투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3. 잔잔하지만 과하지 않은 스릴러
초중반까지는 너무나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서 진짜 스릴러 영화가 맞나 의심이 가게 되죠.
얼굴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원빈을 약간 바보스러운 아들 역을 시켰으니. 형사를 시켰어야 하는데 말이죠.
친구 진태와 백수로 어울려 다니다가 여고생의 살인범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된 도준.
그렇게 감옥에 갇히고 도준 엄마는 아들이 사람을 해칠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죠.
변호사도 사보려 하지만 돈만 밝히는 변호사죠.
친구 진태를 의심한 엄마는 진태 집에 있는 골프채에서 혈흔을 발견하죠.
하지만 그건 진태 애인의 립스틱 자국.
오히려 진태에게 합의금을 뜯기는 엄마.
4. 봉준호 감독 표 반전에 반전
살해를 당한 여고생은 가난으로 인해 돈대신 쌀을 받고서 여러 남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었습니다.
우연히 도준은 여고생을 만났지요.
그러나 모든 것을 기억을 못 합니다.
◈ 도준의 친구 진태는 혈흔있는 골프채로 용의자로 소환되고...
엄마는 아들 도준의 말을 전부 믿고 가까스로 기억해 낸 것들을 까지도 그대로 받아들이죠.
범인은 진태에서 고물상으로 다시 지적장애를 가진 종팔이로 귀결됩니다.
이 또한 잘못된 수사로 인한 약자들의 피해를 여실히 보여주지요.
영화의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조마조마하게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전혀 공포스럽지 않지만 조용하게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스토리를 보여주네요.
5. 한국 관광버스 안 풍경과 저녁노을
엄마는 도준이 찾아준 침도구가방을 가지고 친구들하고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죠.
다들 중간에 서서 아줌마춤들을 춰대는데 도준 엄마는 심각합니다.
본인의 착각으로 무고한 고물상을 해하고 방화까지 했으니 말이죠.
그런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은 뭘까요.
바로 자기의 허벅지에 침을 놓는 겁니다.
고통과 나쁜기억들을 덜어준다는 그 지점에 말이죠.
◈ 아들의 기억에 있던 고물상을 찾아가 확인하려는 엄마.
그렇게 침을 놓고서 서서히 춤추는 무리 속으로 들어가지요.
그리고 미친 듯 정신없이 춥니다.
묘하고 귀에 감기는 리듬의 음악과 함께.
좀 모자란 아들을 향한 엄마의 무죄 입증을 위한 힘든 노력들이 결국엔 모두 헛다리를 짚은 것이었고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마저 잊기를 간절히 원한 것이지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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