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도중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가보게 되는 곳이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나 혼행을 주로 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자기가 다녀야 할 곳을 미리 체크한 후 그곳들만 재빠르게 이동하고 정복해야겠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지요.
예전에는 최대한 하루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만 직성이 풀렸던 적이 참 많았습니다.
▲ 제주 송악산 입구에서 보이는 돌비석입니다. 등산의 설레임이 가슴 가득차지요.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은 있지요.
하지만 서서히 생각해보니, 굳이 힘들여가면서 하루에 많은 곳을 다녀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많은 곳을 다니면 도대체 무엇이 좋은 걸까?
피곤하고 다리만 아프지 않은가, 또한 빨리 스쳐 가므로 정작 보아야 할 곳을 못 보고 다음 코스가 이미 뇌리에 새겨져 대충 훑고 지나가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제는 방법을 바꿔서 조금은 여유롭고 느긋하게 하루에 한 곳이라도 천천히 그 관람의 시간을 좀 더 즐겨보리라 하는 마음이 자리 잡게 됩니다.
어차피 지금 다 못 보면 다음에 또 와서 보면 되는 것 아니냐 뭐 이런 감정이 이제는 올라오는 것이죠.
왜 이런 생각이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행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돌아다녀야만 그게 진정한 여행의 목표는 아니다라는 종착역에 도달했다고 할까요.
여하튼 이젠 좀 천천히 주위의 풍경들을 눈에 각인하면서 한발 느긋하게 걸어보리라 다짐합니다.
▲ 초록색 이끼가 낀 절벽 아래에 동굴진지들이 즐비합니다. 경치좋은 곳에 일제의 잔재가 있군요.
이곳 송악산은 제주의 용머리 해안에 계신 안내자의 추천으로 오게 되었는데요.
때마침 용머리 해안의 주위의 파도가 거세어서 출입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서 발생한 것입니다.
안내자분의 적극 추천으로 와보게 된 송악산.
정말 이런 좋은 코스의 장소를 안 와봤다면 훗날 후회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송악산은 제주의 최남단에 자리 잡은 오름이라고 하고 절울이, 절워리, 저벼리라고도 불립니다.
이곳에서는 화산활동이 두 번이 있었는데 처음 폭발로 주봉이 생긴 후 두 번째 폭발로 그 주위에
기생화산이 발달해서 99봉이라고 한답니다.
▲ 바다 멀리 형제섬의 자태가 보이죠. 더위를 잊게하는 드넓은 바다가 너무 좋습니다.
이른 아침의 짙은 안개와 저녁의 노을이 정말 장관이라고 하네요.
송악산을 알리는 거대한 돌로 된 표지판 주위에 돌하르방 5개가 입구임을 보여줍니다.
뒤쪽으로 펼쳐진 거대한 분지와 같은 초록색 빛깔의 풍경은 가슴이 후련할 정도로 시원스럽지요.
올레길 코스 옆으로 생긴 절벽들은 마치 케이크 칼로 자른 듯 베어진 자국들이 참 묘하게 보이는데요.
그 옛날 책에서 본 리아스식 해안 같은 단어가 퍼뜩 떠오르기도 합니다.
절벽 아래에 조그마한 구멍들이 띄엄띄엄 있는데요. 바로 일제 동굴 진지들입니다.
일제강점기 말에 해상으로 들어오는 연합군 함대를 향한 소형 선박 자살 폭파 공격을 위해서 구축한 것이지요.
해안 절벽을 따라서 17개의 구멍이 있고 H, ㄷ, ㅡ 자 형태로 이루어져 있죠.
그 당시 전쟁의 상황을 가늠해보는 사실적인 시설물입니다.
▲ 송악산 둘레길 코스는 보는 곳곳마다 이국적인 경치에 정신줄을 놓게 됩니다.
가까이까지는 접근을 할 수 없어서 좀 아쉬운 감은 있네요.
올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보니 저 멀리 성산 일출봉도 보이고 형제섬이라는 두 개의 봉긋한 돌섬도 시야에 잡힙니다.
약간 오르막길로 가는 곳곳에도 조그마한 진지 비슷한 시설들이 간간히 보이네요.
그야말로 전쟁을 위해서 만들었던 그런 요새들이 곳곳에 있네요.
이런 크고 작은 동굴 진지들이 60여 개나 되고 주변에는 알뜨르비행장, 비행기 격납고, 지하 벙커, 이교동 군사시설, 모슬봉 군사시설 등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저녁해가 이제 서서히 넘어가려 하면서 노란색으로 산을 비추는 데 그 느껴지는 감성은 정말 너무나 낭만적입니다.
▲ 걷다가 가끔은 뒤도 돌아보게 되지요. 흐릿하게 성산일출봉도 보이고요. 참 많이도 왔네요.
조금 가다 보니 말 타는 곳이라고 써놓고 5천 원이라고 합니다.
흰말 두 마리가 밀짚모자를 쓴 아저씨의 감시하에 태평스럽게 서 있습니다.
노을이 비춰주는 조명은 각박스런 도시를 잊게 하고 이곳이 낙원이 아닌가 하는 그런 평화스러운 감정을 주기에 충분하지요.
드넓은 남해바다와 날씨는 맑지만 다소 뿌연 안개가 조금 있어서 저 멀리 바다 끝에 보일 듯 말 듯 한 시야는 왠지 신비스러운 모습도 보여줍니다.
걸으면서 코스 옆의 절벽을 보니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바람에 부딪혀 자연스럽게 깎여진 절벽의 나이테가 마치 거대 나무의 형상을 보는 듯 신기하네요.
자연이 만드는 경이로움에 머리가 띵할 정도입니다.
황토 색깔로 만들어진 나무 데크 길은 걷기에 아주 편하게 잘 만들어져 있네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안쪽에는 무슨 중계기 같은 중요한 시설인 듯 합니다.
걷다 보니 중간 중간에 전망대가 있는데요.
전망대는 총 3개가 가는 길에 있고 저 멀리 마라도와 가파도의 희미한 대륙의 자태가 보입니다.
보기에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처럼 보여서 한달음에 달려갈 수도 있겠더군요.
▲ 올레길을 계속 거다보면 익숙하게 보이는 해안절벽의 풍광. 때묻지 않은 이런곳에서 살고파!
이런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해 이곳으로 아마도 인도된 것 같습니다.
울긋불긋하고 회색으로 이루어진 절벽 주위의 기암괴석들은 보는 족족 너무나 신기하고 괴상합니다.
바다 멀리에는 작은 배들이 연이어 하얀 물거품을 뒤로 뿌리면서 줄지어 지나가네요.
마음에 화평이 찾아오는 이런 경치를 보기 위해 다들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찾는 거겠지요.
관광객들도 있지만 이곳에 사시는 분들인지 정말 운동 삼아서 트레이닝복에 열심히 빠른 속도로 땀을 흘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치 좋은 곳에 살면서 저녁마다 밥 먹고 운동 삼아 걸으면 정말 환상적인 삶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 하산의 기쁨과 보람. 평안과 평화가 찾아오는 말들의 풀뜯는 자태.
마치 동네 공원을 매일 돌듯이 말이죠.
혹시나 급격하게 빨리 어둠이 찾아올까 봐 걸음 속도를 조금씩은 빨리 걸어보는데요.
처음엔 중간쯤만 왔다가 되돌아가려 했는데 조금 더 가면 뭔가 더 좋은 풍경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아예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다 보니 제주올레 10코스로 총길이 17.5킬로 중 11킬로 지점이라고 쓰여 있네요.
다시 처음에 왔던 주차장이 저 멀리 보이고 초원에 고동색 말들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이 평화로운 곳에 갑작스레 천둥 치는 소리가 몇 번 들렸는데 주차장 가까이 가보니 교차로에서 차 사고가 있었네요.
▲ 금강산도식후경이라고 물회로 등산의 허기를 시원하게 달래봅니다.
SUV 차 앞면이 완전히 날아간 상황. 다행히 사람은 안 다쳤나 봅니다.
많이 돌아다니니 참 많은 것을 보게 되네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식당 "송악산도식후경"에서 물회(만오천 원)로 오늘의 제주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송악산 코스는 정말 잊지 못할 코스임에 틀림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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